글을 쓴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일이다. 백지 위에서 한없이 떨리는 손. 그 순간의 두려움 속에서 역설적으로 글쓰기는 점점 대담해져 간다. 그 무모한 대담함에 기대 이제 또 맞서야할 현실의 폐허를 바라본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의 파탄과 배반을 견뎌야 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야 할 시간이 되었다. 사랑과 혁명의 공통점은 '감염'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에 감염된 존재들은 더 이상 과거의 자기가 아니다. 감염된 언어는 더 이상 과거의 언어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지점을 향해서 달려 나간다. 나는 우리의 시가 무감한 일상을 감염시키키를 바란다. 우리는 다른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