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이 맥락을 이루고 맥락을 통해 현상이 드러나는 법일 테지만, 어느 시점 이후 한국 소설에서는 현상과 맥락이 어긋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텍스트에 담긴 이념과 실험이 그 바깥의 콘텍스트와 연결되지 못하고 그 내부의 폐쇄된 회로에서만 작동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을 섣불리 통일시키려고 하기보다 그 어긋나고 교차하는 실상을 그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고, 이 책은 그처럼 매끄럽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지만 좀 더 입체적인 한국 소설의 지형도를 그려보려 했던 시도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_「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