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볍게 지나쳤던 풍경들이 어느 날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린 딸을 시골에 맡기러 가는 젊은 아빠, 무거운 종이 상자를 켜켜이 이고 골목을 더듬어 가는 노인, 그들의 이야기를 쓸 때마다 세상에는 그림자만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그림자 속에서도 착한 꽃들이 쉬지 않고 피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계단에서 구걸하는 노인에게 지갑을 털어주는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을 따뜻하게 돌보는 버스 운전사,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는 시골 경찰서장, 그들의 몸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꼬박꼬박 받아 적었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