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들에게선 비 냄새가 난다.’
귀신을 보는 괴짜 신부와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휠체어 탄 미소녀
“넌 남들이 못 보는 세상을 보는 거야.”
아프고 어두운 현실에 삶의 빛을 더하는 심령 판타지
자살한 사람들에게선 비 냄새가 난다.
(……)
소녀가 신부의 뒤를 총총 따라오며 말했다.
우리 엄마, 잘못 없잖아요.
“누가 잘못했대?”
신부는 뒤따르는 소녀를 내버려 두고서 긴 다리로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올라갔다. 그러나 몸을 놓은 소녀는 나비처럼 가벼이 신부의 뒤를 따랐다.
제발, 제가 죽은 건 엄마 탓이 아니라고 말하게 해주세요. (p. 9~10)
44세의 정원은 가톨릭 요양원의 원장신부다. 자살자들이 보이며 그들에게 몸을 빌려주어 죽은 자들이 산 사람들에게 못다 한 말을 전하게 해준다. 날 선 길고양이 같은 존재, 열아홉 살 미호는 정원의 양여동생으로 장애를 안고 고립된 채 세상을 할퀴어대며 살아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책과 비난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오해와 진심이 깊어갈수록 그들의 감정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는 힘, 두려움을 축복으로 승화시킨 온기 가득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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