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이 기획한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걸작선'중에서 <잠복>과 <역로>에 이어 세 번째 단편 작품집이다. 여기에는 세이초가 문단에 데뷔한 뒤에 쓴 12편의 초기 단편들이 실려 있다.
특히 표제작 '어느 「고쿠라 일기」전'은 1952년 「미타 문학」 9월호에 발표된 뒤,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일본에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나 그만 낙선하고 만다. 그런데 이로부터 놀라운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졌다. 나오키상의 심사위원이었던 나가이 다쓰오가 "이 작품은 나오키상이 아니라 오히려 아쿠타가와상에 더 적합하다."라고 주장해 졸지에 아쿠타가와상 본선에 올랐고, 심사위원이었던 사카구치 안고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것이 바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한 늦깎이 소설가가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신인상인 아쿠타가와상(제28회)을 수상한 사연이다.
여기에 수록된 12편의 소설 가운데 4편은 일종의 실명 소설 혹은 전기 소설이다. 세이초는 실제로 존재했던 이 인물들로부터 자신의 분신을 발견하고, 그들의 생애에 자신의 비극적 드라마를 투영해 처절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느 「고쿠라 일기」전'의 주인공 고사쿠는 같은 이름의 청년 향토사가가 모델이었고, '국화 베개'의 누이는 하이쿠 작가 스기타 히사의 인생을 그린 것이다. '깨진 비석'의 기무라 다쿠지는 고고학자 모리모토 로쿠지의 불우한 삶을, '돌 뼈'의 구로즈는 와세다 대학의 교수 나오라 노부오의 집념어린 학문적 고난을 모델로 삼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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