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고 글로 보여주는 시인 박후기의 산문사진집. 시인의 두 번째 시집과 같은 제목의 이번 산문사진집에는 지난 여름의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건져낸 사진과 단상들이 담겨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여행길에서 얻은 사진과 감정의 기록을 통해 지난한 사랑과 버티어나가는 생의 아름다운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도 흔해빠진 사랑과 일상에 대한 감정을 정제된 사진과 언어로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는 그는 '뻔하지만 이게 나요, 이게 다'라고 단언한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 맞지만, 그것은 높고 우아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바닥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의 눈길은 사랑, 그 흔하고 볼품없는 것의 저린 이면을 응시한다.
박후기의 글과 사진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자기 감성에 빠진 사진가는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반면, 박후기의 사진은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에게 이토록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글과 사진 속에 사람과 사랑밖에 없는 것도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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