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흑사병이 창궐한 재앙의 시대를
생동하는 삶의 이야기로 맞선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그리고 2022년, 코로나 시대를 사는 27명의 청소년이
네 편의 영화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성찰을 엮은 한 권의 책
암울한 팬데믹 상황을 사색과 성찰의 기회로 바꾼 이들이 있다. 동래여자중학교의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며’의 27명의 학생과 두 명의 교사는 익숙한 교실 공간을 영화관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들과 세상 사이의 대화에 물꼬를 터준 것은 네 편의 영화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레드슈즈〉와 현대인의 고립과 소통을 다룬 〈김씨 표류기〉,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투모로우〉,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보도록 하는 〈리틀 포레스트〉까지. 영화를 매개로 함께 토론하고 쓰기를 반복하며 깊어진 1년여의 시간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과 만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청소년들의 예리한 시각이다.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레드슈즈〉가 제시한 미(美)/추(醜)의 이미지가 오히려 외모에 대한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한 점을 꼬집는가 하면, 영화 〈김씨 표류기〉 속 두 남녀가 처한 상황에서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읽어내고, 그 고립이 해소되는 과정을 질서정연하게 풀어낸다.
[NAVER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