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내 유일한 목표였다.”
죽음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 존재의 아름다운 연대
엄마가 암에 걸렸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했던 ‘나’는 병상을 지키며 서서히 죽어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본다. 그저 넘어져 다친 것뿐이라 알고 있는 엄마에게 나와 동생 푸페트는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도 못한다. 나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여성의 삶을 읽어 낸다. 불같은 정열과 욕망을 지녔지만 자기 자신을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은 여자. 뒤틀리고 훼손당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한 인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아주 편안한 죽음』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보부아르의 문학적 글쓰기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제2의 성』이 작가의 철학적 글쓰기를 대표한다면, 이 작품은 작가가 천착해 온 실존주의라는 주제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우리의 실존이 지닌 불가해한 측면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딜레마를 작은 사건 안에 담아 생생하게 그려 낸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실존의 모순적 특성이나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인간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 존재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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