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적 감수성의 후일담 문학에 대한 부고
1992년, 국내 유력 일간지 신참 기자인 성식이 타성에 젖어 기자 생활을 하고, 부모의 강압에
따라 선을 보고 결혼을 준비하면서 대학 시절과 첫사랑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1980년대 서울대 천문학과 85학번으로서 1990년에 졸업한 작가가 겪고 목격한 그 시절, 모든
것이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것으로 알며 유소년·청소년기를 지나온 ‘서울대’ 철부지들의 피해의
식과 부채의식이 뒤섞인 위선적 자의식의 실체를 꼼꼼하게 파헤쳐 그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흔히 ‘386’ 또는 ‘586’이라 불리는 그 시대의 운동권 대학생, 특히 ‘본고사’가 폐지
되고 ‘학력고사’ 세대 두 번째 학번인 운동권 ‘82학번’들을 이야기의 주요 인물들로 내세워 그
들의 무지와 유치한 허세를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인정함으로써 이 소설은 작품으로서의 성공뿐
아니라 길고도 질펀한 한 시대를 마감 짓는 데 성공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문학평론가
김윤식이 명명한 공지영, 김영하, 신경숙, 최영미 류의 ‘후일담 문학’의 대척점에서 그것들을
압도하는 ‘현대성’이 담보된 시대정신과, 완결된 문학적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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