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초 소설가가 나에게 두툼한 원고 뭉치를 내밀며 “이게 어디 글이 됩니까?”라며 보아주기를 청했다 언뜻 보아하니 단시(短詩) 모음집이요, 꽤나 많은 소재를 가지고 쓴 시편들이다 잡다한 인간세사(人間世事)를 토막토막 엮은 소설적인 시 모음집 같기도 한데 두루 다 읽고 보니 소설적인 시요, 시적인 소설집 같다는 생각에 착도(着途)했다.
일찍부터 문학 장르엔 시극이 있었고, 극시라고도 엎어치기 한 글들이 한때 내로라 제법 추구하는 시인들에 의해 시도되기도 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민초의 글은 늘어뜨리면 소설이요 줄이면 소소설(小小說), 즉 장편 시를 연상케 하니, 이 또한 스피드 시대에 걸맞은, 독서력의 곤비함을 적잖이 풀어내는 청량제라 싶기도 했다.
하여 내 딴에는 이 새로운 시도를 어찌 정의를 내릴까 궁리하다가 낯설기는 하지만 “시 소설집” 혹은 “소설 시집”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으면 어떻겠는가 싶어졌다. 어쨌거나 문학이란 끊임없이 앞을 향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숙명적 과제가 아니겠는가.
편편마다 들여앉혀 놓은 주제가 알기 쉽게 읽히는 단시(短詩)요, 또 더러는 장편소설(掌篇小說)을 요약한 소설 시를 읽는 듯하여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침없이 읽히고 재미있는 것이 이 글의 특성이다. 읽어서 뭔가 기별이 오고, 또한 느끼는 바가 있는 글이면 그게 좋은 글이 아니겠는가.
남달리 대담하고 용감무쌍한 필력을 가진 최민초 소설가에게는 뭔가 기대해도 좋을 새로운 시도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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